찬쉐는 1953년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덩샤오화(鄧小華)이고, 찬쉐(殘雪)는 필명으로, 우리말로 읽으면 ‘잔설’이다. ‘녹지 않고 남아 있는 더러운 눈’과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순수한 눈’이란 이중적인 뜻이 있다고 설명한다.
아버지가 신후난일보 편집장이었는데, 1957년 반우파 투쟁에 휩쓸려 찬쉐 가족도 고초를 겪었다.
찬쉐는 1985년 첫 단편소설 ‘더러운 물속의 비눗방울’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아방가르드 문학으로 분류된다. 정통적인 서사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과 2021년 각각 <신세기 사랑 이야기>와 <나는 빈민가에 산다>로 부커국제상 후보에 올랐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수상에 유력한 인물로, 그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2012년 중국의 모옌에 이어 12년 만에 아시아 작가가 상을 받게 된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가 된다.
<격정세계>는 찬쉐가 2022년 중국어로 발표한 최신작으로, '비둘기' 북클럽을 중심으로 누구보다 문학을 사랑하는 연인들이 등장합니다.
샤오쌍, 헤이스, 페이, 한마, 샤오쉐, 리하이, 챠오쯔의 청년들이 북클럽에 모여 문학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자신의 삶에 문학이 끼치는 영향, 개인적인 체감, 사랑, 문학에 대한 욕구 등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과 문학의 연관성을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북클럽에 모여 토론하는 과정과 더불어 연인들끼리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사랑을 얻기까지 갈망하는 대상을 부단히 '읽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소설을 옮긴이 말로는 사랑의 대상을 읽어내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우리의 읽기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소비하는 읽기와 표면적인 읽기를 넘어서서 자신의 변화뿐 아니라 상대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읽기가 되려면 '보통 이상의 의지력'을 들이고 '풍부한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사유하고 또 사유해야 한다고 합니다.
찬쉐 소설답게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가 돋보이나 난해 하기로 유명한 예전 작풍과 달리 상대적으로 쉽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소설을 읽고 젊은이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 갈망을 통해 문학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북클럽에서 서로 영감을 주며 내면 깊은 소리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독서 모임에 대한 환상이 좀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리멸렬해진 현대인의 삶에 문학과 사랑이 격정을 불러일으켜 구원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 인상 깊었던 구절을 정리해 보면...
1. 항상 의기소침하고 내성적이고, 인간관계에서 소극적이던 헤이스가 문학을 통해 자신의 결계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며 그 소감을 북클럽 사람들과 나누는 대목입니다.
<<XXXX>>를 읽고 다름 아닌 인간의 삶 속 유연성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한때 의기소침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결계와 마추쳤을 때 내 본능적인 반응은 바로 회피 같은 것이었어요.
..............................
지금 나는 언젠가 모든 결계가 더는 장벽이아니라 거꾸로 내 행동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상상해요.
2. 한마와 샤오웨는 처음부터 서로 비슷한 문학적 기질을 느끼며 서로에게 끌리긴 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러다 결국에는 문학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한마와 샤오웨의 기질은 마치 깊숙한 문학 광산을 함께 발굴하는 절친한 두 친구처럼 더없이 잘 맞았다.
"한마. 나야말로 시시때때로 당신을 생각해요. 문학을 생각하는 것처럼요."
3. 북클럽의 정신적 지주이자 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아저씨라는 인물에게 샤오마라는 어린 아가씨가 끌리는 부분입니다. 문학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많은 나이차도 충분히 극복하고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맺어진 연이라면 평생 서로 문학에 대해 토론하며 의지하며 절대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신뢰 괸계가 형성될 것 같아 부럽기도 합니다.
아저씨를 알면알수록 그의 성격과 감정은 자신이 평생 동안 연구할 수 있는 풍부한 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저씨라는 사람을 만들어낸 것을 고상한 소설들인 것일까? 아니면 아저씨 같은 사람이 소설의 원형이 된 것일까? 이 역시 심도 갚은 문제여서 계속 탐구해야만 서서리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아저씨와 함께할 때 지루할 틈 없이 항상 놀랍고 새롭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 지금은 하루에 한 번 아저씨를 만나지만 그마저 너무 적은 듯해서 얼른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중국 독자들에게는 이 책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중국 작가가 왜 그렇게 빽빽하고 기계 번역만큼 좋지 않은 문장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썼는지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적 논쟁을 끌어내는 데 약 2, 300페이지가 걸렸고, 마침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연인이 되었는에 성적 묘사를 두세 페이지에 걸쳐서 썼어요. 가장 역겨운 것은 그런 저속한 것이 억지로 문학과 관련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심지어 '작가'들인데, 마치 이것이 직설적인 성관계를 창조적 열정과 문학적 감정으로 미화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진지한 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이 책이 문학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제발 문학을 더럽히지 말아 주세요, 알았어요!
한번 읽고는 적절한 서평을 쓰기 힘듭니다. 찬쉐의 문체는 항상 모호했지만 이 책은 놀라울 정도로 쉬운 문체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특이하다. 이야기 속의 남자와 여자는 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상상할 수 있듯이 매우 모호합니다. 그들은 허구의 도시에서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으며, 모두가 독서와 관련이 있으며, 삶의 주제는 단 하나, 즉 문학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유난히 좁지만, 그렇기에 풍성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문학은 사람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찬쉐는 종종 등장인물의 대화에 속에 단서를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결말도 딱 맞습니다. 이 책은 인터넷 평론 상에서는 찬반이 분분하지만 나에게는 2023년에 읽은 첫 번째 좋은 책이고 앞으로 두 번, 세 번 더 읽을 것입니다.
'리뷰 창고 > 도서, TV,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독서달력 (42) | 2024.07.03 |
---|---|
[도서리뷰] 주식투자 시나리오 (47) | 2024.06.25 |
5월 독서 달력 인증 (46) | 2024.06.06 |
[도서리뷰] 중국 공산당과 싸우는 중국의 지식인들 (64) | 2024.05.31 |
[도서 리뷰] 순서만 바꿔도 대입까지 해결되는 초등 영어 공부법 (57) | 2024.05.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