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노벨 문학상 작가 모옌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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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노벨 문학상 작가 모옌 <개구리>

by 똑똑소매 202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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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모옌>

모예은 2012년 중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말이 없다'는 뜻을 가진 모옌(莫言)이라는 가명은 문화대혁명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잘못 놀려 죽음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아버지의 충고로 지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고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등 폭풍 같은 시기를 보내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모옌은 선봉문학(先锋文学) 계열의 작가이면서,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중국 산둥의 가오미현을 주요 무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향토 소설 또는 심근(寻根)소설가로도 볼 수 있다.
그의 소설은 향토색이 짙으며 걸쭉한 사투리와 지방 민속이 드러나는 중국적 특색을 농밀하게 그려냈다는 특징이 있다.
1986년 발표한 중편 소설 <붉은 수수>를 바탕으로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수수밭>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소설 속 배경>

'계획생육(计划生育)'이란 급속한 인구 증가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인구를 통제하는 정책이다.
1949년 신중국 성립이후 20년만에 3억 정도의 인구가 증가함에따라 심각성을 느낀 당지도자들은 1971년 ‘계획생육 사업 완수에 관한 보고’를 통해 인구 증가 억제 지표를 발표하면서 강제적인 ‘한 자녀 갖기’ 정책이 시행됐다.
즉 부부가 평생 아이 한 명만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남자 아이를 낳을 경우 더 이상 낳지 못하며, 만약 첫 째가 딸일 경우 8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한 명을 낳을 수 있다.
유교사상, 남존여비 사상과 더불어 자녀가 노동력으로 직결되는 농촌 사회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저항이 격렬했다.

"초과 출산하면 곧바로 (정관을) 묶어 버린다 (超生就扎)"
"한 사람이 초과 출산하면 온 마을 남자들을 묶어 버릴 것이다 (一人超生,全村结扎)"

수많은 아이들이 '어둠의 자식'으로 남고, 대를 잇지 못하게 되거나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 등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한다.


<소설 소개>

<개구리>는 '계획 생육'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 자신의 1인칭 소설로 실제 주인공은 고모이며, 소설 사이에 작가가 스기타니 요시토에게 보내는 네 통의 장문 편지가 있고, 소설 마지막에는 전체 9막의 극본이 붙어있다.

모옌은 이와같은 독특한 작품 형식에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 나는 소설 구성에서 서신체와 연극을 서로 결합시킨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다. 
이는 분량이 너무 많다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며, 동시에 허구와 진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과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일종의 소격효과는 소설의 서사 공간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들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고모 완신은 산부인과 의사이자 '계획생육'의 실무자이다. 
고모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누구보다 생명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하는 사람이었고, 마을에서 수많은 생명을 받아줌으로써 신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1965년 가오미 현 공사의 계획생육 지도분과 부과장이 되어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를 낙태시키는 도살 집행자가 되고 만다.

우리가 혁명하는 이유가 뭡니까? 결국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열어주기 위해서 아닙니까? 이이들은 나라의 미래, 나라의 보배입니다. 계획 생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아이들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을 것이고 학교도 가지 못할 겁니다. 계획 생육은 이런 의미에서 소소한 비인도적인 행위로 위대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겁니다.

 

 

고모는 자신의 조카이자 소설 화자인 커더우의 아내마저 죽음으로 몰고가지만 끝내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퇴직한 후에야 죄책감에 시달려 비로소 자신이 죽인 아이들의 모습을 점토 인형으로 빚으며 속죄의 모습을 보인다.

한편 커더우의 첫째 부인 왕런메이는 첫째 딸을 출산했지만 아들을 너무 낳고 싶어 몰래 아이를 잉태했다가 고모 집도 하에 낙태수술을 강제로 받게되었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후에 커더우는 고모 조수였던 샤오쯔와 재혼하지만 샤오쯔는 오랜 결혼 생활에도 아이를 갖지 못한다.

국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고모랑 수도 없이 중절 수술을 시켰어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바람에 내가 벌을 받아 아기를 낳지 못하는 거예요.

 

 

이에 그녀는  '황소 개구리 양식장'이란 간판을 걸고 대리모 사업을 하는 커더우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역시 커더우 소학교 동창인 천비의 딸 천메이의 배를 빌려 아이를 얻게 된다.

이로서 소설은 계획생육에서 대리모의 문제까지 연결시킨다.

커더우와 고모,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 모두 계획생육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나오는 인물들 모두 정책에 의해, 정부에 의해 정치에 의해 희생 당한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은 슬픔과 고통은 단지 시대의 산물처럼 그려진다. 
서민들은 그저 그렇게 운명을 살아가고 누구를 욕할 수도 없고 그냥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결국 그들의 인생은 속죄와 참회만 남을 뿐이다.

죄를 진 사람은 죽을 수도 없고, 죽을 권리도 없단다. 죽지 못하고 목숨 부지한 채 온갖 시달림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야해. 
생선전처럼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약재처럼 들볶이면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지. 그렇게 죗값을 치르고 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거야.

 


소설 제목이 ‘개구리(蛙)’인데, 다산(多産)의 의미와 함께 올챙이가 남성의 정자와 닮았음을 상기시킨다. 
개구리는 작가 모옌의 고향에서 전해 오는 민속 토템이기도 하다. 

왜 '개구리 와(哇)'하고 인형 와(娃)'하고 발음이 같은지 알아요? 왜 엄마 배 속에서 아기가 처음 나왔을 때 우는 소리하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비슷한지 알아요? 왜 우리 둥베이 향 점토인형 가운데 많은 수가 개구리 한 마리를 안고 있는지 아냐고요! 왜 인류의 시조를 여와(女娲)라고 할까요? 발음이 같은 걸 보면 인류의 시조가 바로 커다란 암캇 개구리였을 거예요. 인류가 개구리에서 진화했을 거라고요.)



소설 속 고모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자신이 낙태시킨 생명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느껴져 무서워한다. 때론 개구리 울음의 환청에 기절한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음악이거든요. 하지만 그날 밤 들었던 개구리 울음소리엔 원한과 굴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상처입은 수많은 아기의 정령이 호소하는 것 같았다니까요?


 그러나 개구리 울음은 생명력의 상징이다. 산아 제한조차 법으로 옭아매는 공산당의 구호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민중의 외침을 담고 있다.


<용어 정리>
*포표(布票) : 1953년부터 실행한 옷감을 살 수 있는 구매권. 물자가 부족했던 시기 정부에서 직물 제품을 일률적으로 나온 시대적 산물.
*娃娃: 갓난아기 또는 인형을 뜻하며 소설에서는 갓난아기를 의미한다. 중국어로 개구리의 발음 역시 '와(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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