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찬호께이 장편소설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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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찬호께이 장편소설 <13˙67>

by 똑똑소매 202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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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똑똑소매입니다.

오늘은 홍콩 작가 찬호께이 장편소설 <13˙67>를 소개해드립니다.

 

찬호께이

홍콩 출신으로 천재 작가라고 칭송받음.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공학 전공의 독특한 이력을갖고 있음. 참고로 히가시노게이고 작가도 공대 출신이죠. 
2008년 추리 동화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으로 제6회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공모전의 결선에 오르면서타이완 추리 소설계에등장함.   
2011년 < 기억나지 않음, 형사>로 일본의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 소설상을 받음. 
201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
다른 저서로 <망내인> , <푸른 수염의 밀실> 이 있다.

 

소설은 연속성있는 6개의 단편 소설을 옴니버스식으로 묶어냈으며, 시간 역행순으로 구성되었습니다.

6편은 각각은 정교한 플롯 속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본격적 추리소설인데 그것을 하나로 이어 주인공의 인생과 연관 지은 것은 사회파 추리소설의 매력도 느낄수 있습니다. 

60년대부터 2013년까지 홍콩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고, 느와르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천재 추리 경찰 '관전둬'는 해결 못하는 미제사건이 없을 정도로 동료나 부하 경찰들에게 선망의 대상입니다.

 

" 당신이 충성하는 건 홍콩 정부야, 아니면 홍콩 시민이야?"

마지막 6편 「빌려온 시간 」 에 '나'라는 인물이 관전둬에게 건넨 말입니다.

관전둬가 '홍콩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마음 먹은 계기, 그의 신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장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홍콩의 '1960년대의 좌파폭동'이 제시됩니다.

 

"이 시대는 이렇게나 괴상했다. 나는 매일 형과 내가 어디선가 폭탄이 터져 죽을까 걱정하고, 치안은 나날이 나빠지고, 정부는 전복될 위기였으며, 사회는 마비되었고, 도시는 전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1960년대의 좌파폭동'은 1967년 영국령홍콩시기에  친중국 성향의 좌파들이 문화대혁명의 영향을 받아 홍콩 정부에 대항하는 대규모 폭동이었습니다.

초기의 파업 시위에서 폭탄 설치, 총격전, 암살 등으로 격렬해졌습니다.

수많은 친중국 시위대는 마오 주석 어록을 왼손에 들고 공산주의 표어를 외쳤다고 합니다.

폭동은 6개월이나 지속됐고 흔히 '67폭동 (六七暴動) '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건으로 51명이 사망하고 800여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당시 무고한 시민이 사제 폭탄 테러사건에 휘말려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 8살 여자아이 웡이만과 2살 남동생 웡슈판은 집 근처에서 선물처럼 포장된 폭탄 때문에 죽었다고 합니다. 군경 측 폭탄 해체 전문가들은 수제 폭탄 8천 개를 없앴는데 그 중 1100개는 모형이 아니라 진짜 폭탄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은 이러한 폭탄들을 파인애플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영국 정부는 폭동 도중의 대처로 홍콩 경찰을 높게 사서 1969년에 엘리자베스 2세는 홍콩 경찰에 '왕립'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하는 특권을 줬고 이는 1997년 홍콩 반환 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1960년대에 홍콩에서 경찰관이 되려면 두 명의 고용주가 회사 명의로 신청인의 인품과 행동이 올바르며 중국 대륙과 정치적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증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 '67폭동'에서 책의 제목 '67'이 나왔습니다.

여러분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네요. 책의 제목은 최후에 일어난 사건 2013년과 최초에 일어난 사건 '1967년'에서 각각 숫자를 따와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로 돌아와,

"관전둬라는 인물은 '1960년대의 좌파폭동' 을 겪었고, 1970년대의 경찰과 염정공서(廉政公署) 분쟁을 버텨냈으며, 1980년대의 강력범죄에 대항했고, 1990년대의 홍콩 주권 반환을 목도했으며, 2000년대의 사회변화를 증언하고 있다."

여기서 '염정공서'라 하면,

1960~1970년대 홍콩은 부정부패가 만연했다고 합니다.

영국령 홍콩은 겉보기에는 아시아에서 꽤 발전한 부유한 도시였으나 내부는 총독부 관료부터 하급관리와 민간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썩은 최악의 부패도시였습니다. 홍콩섬에선 롤스로이스가 택시로 돌아다니고 란콰이퐁이나 완차이 등의 고급 클럽에는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현판을 내 걸고 식민지의 특권층인 영국인 이주민들이 불야성의 문란한 파티를 벌이며 떼돈을 번 중국인 재벌들은 피난민으로 건너온 본토인 비서들을 하인차럼 부리며 큰소리를 치고 사치를 일삼았습다. 

그러던 중 1973년 영국 출신 홍콩 경찰 간부인 피터 핏츠로이 고드버(Peter Fitzroy Godber)가 당시 430만 홍콩 달러의 횡령을 저지르고 홍콩에서의 출국금지를 무시한 채 영국으로 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홍콩 시민들은 일제히 시위를 벌이면서 영국 중앙정부와 총독부에 고드버를 당장 홍콩으로 다시 데려오라고 들고 일어났습다.

결국 여론에 굴복한 홍콩 정부는 1974년 염정공서를 설립해 각계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겼다고 합니다.

1977년 염정공서가 '야우마케이 과일시장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00여명의 경찰관이 관련된 것이 밝혀져 경찰관들이 염정공서 건물에 난입해 유리창을 부수고 직원에게 부상을 입히는 등 경찰과 염정공서가 정면으로 충돌한 이른바 '경렴충돌( 警廉衝突 )'이 발생하였고, 결국 홍콩 총독이 특사령을 발표해 사건을 진정시켰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이 소설 속 5편  「빌려온 공간 」에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염정공서즌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하자 수사 대상을 공직자 부패에서 정치로 선회했습니다.

염정공서에서 이른바 반부패라고 하는 수사 활동도 결국 홍콩 행정장관의 지휘를 받습니다. 결국 홍콩 행정장관 중국공산당이 임명하는 데다 염정공서 수사 방향이 정치권으로 선회되면서 염정공서의 반부패 활동은 사실상 시진핑에 반대하는 정적 숙청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2019년 11월 홍콩대학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홍콩 시민들의 염정공서에 대한 신뢰도는 홍콩 경찰은  93%의 응답자가 신뢰도 0점을 던졌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83%가 신뢰도에 0점을 던졌으며, 다음으로  염정공서도 무려 71%가 신뢰도 0점을 던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2023년 개봉한 양조위, 곽부성 주연의 영화 풍재기시가 1977년 경렴충돌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합니다.

네이버

 

1편 「흑과 백 사이의 진실 」에서는 이 작품의 탐정 역할을 맡은 관전둬가 암 말기 환자로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그의 파트너인 샤오밍은 특수한 기계 장치로 그와 대화하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이 소재가 등장하기 전, 작가는 관전둬가 겪어온 삶의 여정에서 홍콩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고, 특히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사회적으로 경찰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담음으로써 독자들에게 홍콩의 복잡한 사회상에 대해 엿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시민들은 경찰이 이중 잣대를 갖고 법을 집행한다며 의문을 제기하였죠.

"경찰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모든시민을 차별없이 대하고 공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 홍콩 경찰은 정부친화적인 시위대와 충돌했을 때는  평소와 같은 고효율의 진압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홍콩의 공권력이 공공의 정의를 억누르고 있으며, 홍콩 경찰은 정권의 앞잡이가 되었다."

 

2014년 우산혁명 때 당시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많이 접해서 그런지, 1997년 당시는 더더욱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생각듭니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관전둬라는 인물은 제도가 악당을 법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진실을 덮으려 한다면 자기 자신을 시커먼 늪에 던져넣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방식대로 그들을 상대하는 인물입니다. 어쩌면 그의 방식이 '검은색'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진실을 밝히고 범죄자를 체포함으로써 무고한 사람을 보호하는 '흰색'입니다. 

"흑과 백 사이에서 정의를찾아라 "

그래서 1편의 제목이 「흑과 백 사이의 진실 」이 되었습니다.

 

 

 

소설 속 배경을 더 살펴보면,

2편 「죄수의 도의 」에서는 2003년 홍콩이 마약 사범과의 전쟁 중입니다. 그 배경으 삼합회 '홍의련'이 나옵니다.

 

새롭게 알게된  단어

날수신탐 辣手神探 : 일처리가 매섭고 추리력이 뛰어난 탐정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으면, 여섯 번째 단편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첫 번째 단편으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습니다. 예측 못한 충격적 결말에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사건의 무대
1장 흑과 백 사이의 진실: 사이쿵(풍영소축), 청콴오(허런 병원)
2장 죄수의 도원: 셩완, 조던(매립지역), 침사추이, 훙홈
3장 가장 긴 하루: 센트럴(그레이엄가), 차이완, 폭푸람(퀜메리 병원)
4장 테미스의천칭:  몽콕(자후이루)
5장 빌려온 공간: 센트럴(러샹위안), 야우마테이(과일시장), 웨스트포인트(케네이타운 수영장), 카오룽통(난씨 아파트), 리펄스베이
6장 빌려온 시간: 노스포인트(칭와가), 완차이(스프링가든가), 조던 부두, 훙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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