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류전원
중국을 대표하는 신사실주의 작가.
위화, 쑤퉁과 함께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중국 작가.
[도서 리뷰] 쑤퉁의 <이혼 지침서>
중국 문단의 핵심 세대를 대표하는 쑤퉁의 소설 『이혼 지침서』. 처첩성군이혼 지침서등불 세 개 쑤퉁은 '신역사주의 소설'의 대표자로 위화와 비교되기도 하는 중국 문단의 영향력 있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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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전원은 중국 하남 출신 작가로 같은 하남 출신 작가 《딩씨마을의 꿈》의 옌롄커와 함께 주목받는다. 두 사람 모두 농촌 지역에서 유년, 청년 시절을 보내고 군대를 거쳐 작가가 되었다. 따라서 작품의 정신적 배경은 하남의 농촌 문화, 중국인민해방군대의 군대 문화, 그리고 개혁 개방을 경험한 북경의 도시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성 번역가)
중국 개혁 개방 이래 산업화에 따라 농경 사회가 해체되고, 대도시에 농민공을 비롯한 엄청난 이농 인구가 몰려 들었다.
《나는 유약진이다》 은 이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 중국 도시 문화의 그늘진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같은 제목으로 영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둔다.
류전원의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집 《닭털 같은 나날》, 장편소설 《핸드폰》 등이 있다.
소설 배경
소설 《나는 유약진이다》 속 '유약진'은 중국 '대약진운동'을 연상시키지만 그와달리 세상에 당하기만 하는 인물.
* 대약진운동 : 1958년 마오쩌둥이 추진한 고도의 경제 성장 정책.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집단 농장화나 농촌에서의 철강생산 등을 진행시킨 결과 2,000만 명에서 5,000만 명에 이르는 아사자를 내고 실패로 끝나 결국 중국 경제를 오히려 후퇴시켰다.
작가는 자본주의 시장 개방 이후 중국 인민, 특히 농민공들이 겪는 갈등을 유머로 풀어간다.
도둑과 농민공, 창녀, 사기꾼, 부패 공무원, 자영업자, 건설 노동자, 운전기사, 미장원 종사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돈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중국 사회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약진은 건축 현장 음식점의 조리사이다.
마누라를 빼앗긴 대가로 6년 후 큰돈을 받을 수 있는 차용증 하나가 유일한 낙이다.
유약진은 상대방의 돈이 더러운줄 알면서도 이혼하기 전에 이갱생과 이 일을 매듭지으면서 그에게 육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돈은 돈일 뿐이다. 더럽고 안 더럽고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p.48)
그런데 6년이 다 되어 가던 시점 그 차용증이 담긴 가방을 청면수 양지에게 도둑맞았다.
유약진은 그 가방을 찾기 위해 추격을 벌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청면수 양지는 유약진에게 훔친 가방을 꽃뱀에게 다시 빼앗기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얼마 후 청면수 양지는 조직폭력배의 사주를 받고 엄격의 빌라에서 아내 구리의 가방을 훔쳐 달아나던 중, 양지와 마주친 유약진이 엉겁결에 구리의 가방을 손에 놓게 된다.
그 가방 안에는 엄격과 가주임, 인씨의 뇌물 비리와 성행위 장면이 담긴 USB가 들어 있었다.
그는 자기 가방을 잃어버렸고 또 다른 가방을 하나 주웠다. 그 가방 안에는 USB가 들어 있었다. 그 USB 때문에 그는 사람들한테 마구 쫓기고 얻어맞고 목숨도 오락가락했다. (p.434)
이에 엄격과 인씨, 가주임은 자신들의 비리가 담긴 USB를 찾으려 사립 탐정을 고용해 유약진을 뒤 쫓는 한편, 돈 냄새를 맡은 조직폭력배도 유약진을 찾는데 가세하면서 수십 명의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지략과 배신, 사기와 활극을 벌이며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유약진은 가방 도둑을 쫓다 이제는 되려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늑대 같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을 속여 넘겨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늑대를 속여야 하는 한 남자'인가보다.
작가 류전윈은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약진이다』는 양이 어떻게 늑대를 잡아먹는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유약진은 세상 수많은 늑대들의 먹잇감인 양인셈이다.
그런데 늑대 같은 인간들에게 중요했던 USB를 유약진이 갖게 되면서, 늑대들 사이에서 ‘유약진 쟁탈전’이 벌어진다.
사나운 이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덤벼대는 이들도 있고, 양의 탈을 쓰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음흉하고 위험한 얼굴들이 때로는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반 노동 인민들은 어리석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속셈을 갖고 있지도 않고 음흉하거나 위험한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 보통 인민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라고 해도 갖지 못하고, 그런 생각을 갖고 싶어도 대체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오는지 알지 못한다. 원래가 양인 존재들이 어떻게 정신 못 차리고 늑대 떼 속으로 섞여 들어갈 수 있겠는가? (p.214)
하지만 유약진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점차 늑대의 모습을 닮아간다.
그는 억울하게 당하기만 하는 순한 양이 아니라 어쩌면 각박한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세월 견뎌오면서 이미 처세술에 통달했을지 모르겠다.
사소한 일에 참견을 할 때도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의 구별이 있었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사소한 일이라도 감히 참견을 못하지만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만나면 용감하게 나서게 되는 법이었다. 유약진은 자신이 비록 공사장 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지만 길거리에서 창을 파는 사람보다는 신분이 훨씬 높다고 생각했다. (p.95)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은 까마귀처럼 검었다. 일반적으로 검은 것들을 위해 까마귀를 잡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까마귀 무리를 위해 다른 까마귀 무리를 잡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p.440-441)
늑대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약진 자신도 그들을 속이기로 한다. 이처럼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통해 작가는 자본주의 시장 개방 이후 중국 인민들이 겪는 갈등과 고난을 날카롭게 통찰한다.
*지자천려 : 지자천려, 필유일실 (智者千虑,必有一失, 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생각이 많다 보면 한 번쯤은 실수하는 법이 있다. 《사기》<회음후열전>에서 나오는 말.)
*"세상의 모든 일이 하나도 공교롭지 않거나 전부 공교롭다. " 《홍루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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