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단의 핵심 세대를 대표하는 쑤퉁의 소설 『이혼 지침서』.
<목차>
처첩성군
이혼 지침서
등불 세 개
쑤퉁은 '신역사주의 소설'의 대표자로 위화와 비교되기도 하는 중국 문단의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쑤퉁의 작품은 크게 향촌과 유년의 회고, 역사의 해체와 재구성, 현대의 우화로 나뉜다고 합니다.
「처첩성군」과 「등불 세 개」가 ' 역사의 해체와 재구성'을 꾀한 신역사주의 소설에 속하고, 「이혼 지침서」가 현대인의 정신적 곤경을 다룬 '현대의 우화'에 속합니다.
*신역사주의 소설: 기존의 중대한 역사적 사건, 영웅담, 거창한 인간적 주제들을 피하고 역사의 세부적 진실을 파고듬. 미천한 첩, 농촌의 바보, 무명 병사 등 평범한 주체들의 삶을 소환하여 미시적 관점에서 인간성, 생명 등의 문제를 탐구함.
젊은 첩 쑹렌이 처첩들 사이의 암투 속에서 자아의 파멸을 겪는 과정을 그린 '처첩성군'이 첫 번째 작품으로 실려있습니다.
처첩성군(妻妾成群)은 '아내와 첩들이 무리를 이룰 만큼 많다'는 뜻으로 이 작품은 축첩제도의 현실을 표현한 것입니다.
1992년 장이모우 감독이 「처첩성군」을 영화 <홍등>으로 극화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처첩성군」은 주인공 쑹렌을통해 봉건 대가정과 축접제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부인 위루는 젊은 첩들을 호령하고 종교에 귀의하는 것으로 잃어버린 남편의 사랑을 대신하고,
둘째 부인 줘윈은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지만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셋째, 넷째 부인을 처단하려는 인물입니다.
셋 째 부인 메이산은 경극 출신 배우로 자유분방함의 기질이 있었으나 외로움을 참지 못해 비극을 자초합니다.
주인공 넷 째 부인 쑹렌은 한 때 대학을 다닌 신여성이지만 춴춰첸의 첩으로 들어 온 후 남편의 사랑을 받기 위해 급격한 정체성의 변화를 겪다가 끝내 광인으로 변해 갑니다.
쑹렌의 변화 과정과 마지막에 셋 째 부인의 비극을 목격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 깊습니다.
또한 작품을 읽다보면 중국적인 문화 요소가 많이 등장해서 중국을 이해하기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베이핑(베이징의 다른 이름), 치파오(중국 전통 의복), 과쯔(간식으로 먹는 씨앗), 중양절, 경극, 마작
두 번째 작품으로는 '현대의 우화 소설'로 평가받는 '이혼 지침서'가 나옵니다.
나약하지만 이상주의를 못 버린 지식인 '양보'가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아내 주윈에게 이혼 선언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속적 도덕을 중시 여기는 아내는 이혼을 절대악으로 여기며 갖은 수단을 동원해 이혼을 막으려 합니다.
소설에서 수면제를 먹고 이혼을 피하려는 아내 주윈을 대하는 양보의 장면에서 쑤퉁 특유의 기발한 전개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주윈은 수면제를 먹고 병원에 실려갔고, 그런 아내를 왜 빨리 보러가지 않느냐고 이웃집 여자가 타박하는 상황에서 양보가 건네는 말)
"한 병이라 그랬죠? 많지 않군요. 어제 세어봤는데 병 속에 수면제가 아홉 알 밖에 없었어요."
....
"그런데 왜 병원에 데려간 거죠? 어제 의사한테 물어봤어요. 수면제 아홉 알이면 길어봤자 이틀이면 깨어난다던데요."
그 외 개인주의의 애인 '위츙'과 배금주의의 상징인 '다터우', 변절한 지식인 '라오진'까지 이혼 선언을 계기로 양보와 첨예한 대립을 하게 됩니다.
세번째 작품 「등불 세 개」는 40년대 중국 내전을 배경으로 한 농촌 마을의 소녀 샤오안과 바보 비엔진이 나눈 짧은 우정을 그린 것으로 '슬픈 동화' 같다고 평가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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