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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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장편소설

by 똑똑소매 202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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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옌롄커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작가 중 하나로, 
제1회,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중국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받는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은 옌롄커의 2006년 장편 소설이다.
『딩씨 마을의 꿈』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옌롄커의 작품은 하나를 제외하고 중국 내에서 모두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의 책을 출간한 출판서도 자신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주었다며 작가에게 소송을 걸 정도라고 한다.
옌롄커는 1993년 건강 문제가 발생해 책상에서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어 장애인용 의료기기를 특별 주문해 엎드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 발표한 작품이 금서가 되고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지원에서 제외되는 등 그의 작품 활동은 고난의 연속인 것 같다.

[도서 리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장편소설

안녕하세요 똑똑소매입니다.오늘은 라는 옌롄커 장편 소설을 소개해드립니다.배경은 모택동 문화대혁명 당시입니다.혁명과 인간의 본능, 성욕을 대비시키며 그 당시 보통 인민들이 겪었을 고

buhouse.tistory.com

 

<소설 배경>

실제로 1990년대 초, 중국 허난성 117개 현에 400여개의 채혈 센터가 들어섰다. 국가에서는 주민들의 피를 헐값에 사들여 제약회사에 비싼 값에 되파는 혈장(血漿) 경제가 탄생되었다. 당시 연간 수입이 1000위안도 되지 않았던 농민들이 한번 매혈을 하면 50위안 (약 7500원) 이 생겼다고 한다.
 
농민들은 한 번이라도 더 피를 팔기 위해 식염수가 섞인 피를 재수혈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비위생적인 헌혈 바늘을 반복 사용하고 재수혈 중 타인의 혈액이 섞이는 일도 빈번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에이즈에 집단 감염되었고 『딩씨 마을의 꿈』 은 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다.  2001년 중국 보건성 관계자는 허난성 주민 중 매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인구를 최소 60만명으로 추산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팔다가 나중에는 이십 일에 한번씩 팔았다. 그다음에는 열흘에 한 번씩 팔았다. 그 뒤로는 피를 팔지 않으면 오히려 혈관이 부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혈관이 답답해서 뚫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혈관 안쪽에 있는 피를 빼내지 않으면 저절로 밖으로 솟구쳐 나올 것처럼 느껴졌다. (p.153-154) 

피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딩씨 마을 전체가 에이즈에 점령당하는 지독한 현실을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열두 살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중국의 경제 발전이 가져온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이 빚어낸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줄거리>

소설 속 딩씨가문 할아버지는 교사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조언을 해주는 마을의 선생님같은 어른이다. 마을에 에이즈가 창궐했을 때 학교 건물을 개방해 에이즈 환자들을 모아 합숙소로 만들어 돌보았다.
할아버지의 큰 아들 딩 후이는 윤리의식이 전혀 없는 사업가로 정부의 주도로 마을에 대대적으로 매혈 운동이 일어났을 때 앞장섰던 사람이다. 매혈에 이어 관 판매, 영혼 결혼 사업으로 음혼비(陰婚費)를 챙기기까지 위기를 기회삼아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

다들 선생님 댁 큰아드님인 딩후이에게 피를 팔았지요. 그때 딩후이는 채혈을 하면서 약속 하나로 세 사람의 팔을 닦았어요. 약솜 하나로 아홉 번을 문지른 셈이지요. 지금 이런 말을 해도 소용없지만요. 솜 하나로 아홉 번이나 문지르는데도 저는 매번 딩후이에게만 피를 팔았어요. 모두들 그에게 피를 팔았지요. (p.38)

주인공 ‘나(샤오창)’는 십 년 전, 매혈 운동의 '피 우두머리'였던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누군가 마을 어귀에 놓아둔 독이 묻은 토마토를 먹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소설은 너 나 할 것 없이 피를 팔아 부를 축적하게 되지만, 결국엔 열병(에이즈)에 걸려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현실을 이미 죽은 열두 살 소년 샤오창의 시선으로 그려내었다.
그 밖에 할아버지의 둘째 아들 딩량은 에이즈 합숙소에서 사촌 동생의 아내 링링과 눈이 맞는다. 둘은 불륜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지키고 간호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사람들은 피를 판 돈으로 기와집을 올렸고 고기를 사 먹었다. 매혈을 중개한 사람들은 더 큰 집을 지었다.

대문 앞 벽에는누런 바탕에 붉은 장식이 된 네모난 팻말이 붙어 있었다. 어떤 팻말에는 빛나는 별이 다섯개나 붙어 있고, 어떤 팻말에는 네 개가 붙어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별이 다섯 개 붙어 있는 집은 오성급 매혈 가정이고, 네 개가 붙어 있는 집은 사성급 매혈 가정이었다. 별이 세 개 붙어 있는 집은 당연히 보통 수준으로 피를 판 가정이었다. (p.68)    

처음에는 피를 판 사람만 열병(에이즈)에 걸렸지만 나중에는 피를 팔지 않은 사람도 걸렸다.

견디기 힘든 세월이었다. 죽음은 매일 모든 집의 문 앞을 서성거렸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기처럼 어느 집 앞에서 방향을 틀기만 하면 그 집은 영락없이 열병에 감영되었고, 다시 석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침상 위에서 죽어 나갔다. (p.31)

사람이 죽는 일이 등불이 꺼지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마을 안은 항상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적막한 묘지 속의 고요함이었다. (p.210)

마을이 에이즈 환자들로 가득차니 사람들은 곧 관을 확보하기 위해 집, 학교의 온갖 목재는 모두 가져가더니 심지어 마을의 나무를 차지하고자 다툼이 벌어진다. 그리고 관의 등급을 매기고 좋은 관을 흠모해 무덤을 파서 훔쳐가기까지 한다.

관 안쪽, 내 몸이 누워 있는 바닥에도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십여 채가 새겨져 있었다. 각 건물들마다 은행 이름이 쓰여 있었다. 중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성시 신용사, 중국농촌신용사, 광대 은행, 민생 은행 등이었다. 중국에 있는 거의 모든 은행들이 내가 누워 있는 관바닥에 새겨져 있어 마치 내 몸 아래 중국의 모든 돈, 세상의 모든 돈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p.589)

이런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권력 상하 구조가 생기고 서로 권력 다툼을 위해 싸우는 등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놓을 수 없는 인간의 탐욕적인 이야기이다.
결국 딩씨 마을은 비극적 결말로 사라지게 되고 자본주의라는 유토피아적 환상이 붕괴되는 모습을 표현한다.
 

<소설 평가>

『딩씨 마을의 꿈』은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결합이라는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죽은 아이의 시선은 선악의 잣대를 벗어나 마을의 상황을 독자에게 여실히 전달할 수 있다. 죽은 아들이 잘못을 저지른 아버지의 행동을 바라보는 구성이 독자에게 역설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작품을 관통하는 소재는 ‘꿈’이다.  작가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소설에 '꿈'을 도입한다.
할어버지의 꿈을 통해 고통과 절망적인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되, 그 아픔과 추한 외상의 충격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서사적 장치(김태성 번역가) 로 활용하였다.

꿈속에서 그는 전에 가본 적이 있는 웨이현 현성과 둥징성 지하에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파이프를 보았는데, 파이프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제대로 접합되지 않은 파이프 연결 부위와 파이프가 꺾어지는 지점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허공을 향해 뿌려지고 있었다. 붉은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진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할아버지는 평원의 우물과 강물 모두 새빨갛고 비린내가 진하게 풍기는 피로 변해 있는 것을 보았다.(p.21-22)

 
부유해지겠다는 꿈은 잘못이 없다. 하지만 딩씨 마을의 '꿈'의 결과는 에이즈였다.
작가는 할아버지의 꿈을 통해 ‘피를 팔아 천당과 같은 세월’을 얻으려고 했던 딩씨 마을 사람들의 희망이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허황된 것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할아버지 큰 아들 딩후이의 꿈은 탐욕의 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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