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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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by 똑똑소매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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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오늘은 20세기 중국의 왜곡된 삶 속에 숨어 있는 진정성과 의미를 찾는 소설 왕멍의 <변신인형>을 소개해드립니다.

개인이 어떻게 체제에 의해 변형되고, 그 과정에서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왕멍은 2000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도 오르는 등 중국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오둔 문학상'을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왕멍은 1953년 단편 '청춘만세'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해 '조직부에 새로 온 청년',  '연애의 계절',  '망설임의 계절',  '기쁜 계절', '변신 인형' 등 다수의 장·단편을 발표했다.

 

<소설 줄거리>

1940년대 초 베이징 시내의 한 가정이야기이다. 주인공 니우청은 몰락해가는 지주 가문에서 태어나 신식 교육을 받고 유럽 유학까지 한 지식인으로 대학 강사이다. 그는 서구 문명을 맹목적으로 동경하고 추구하며 중국의 봉건적 문화와 풍속을 혐오한다. 그러나 그의 동경과 추구에는 활로가 없고 그래서 그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

니우청의 어머니는 봉건적 문화와 풍속에 찌든 인물로 어린 시절 니우청은 그런 어머니의 그늘 아래 고통 가득한 나날을 보냈다. 이것이 그가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가정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삐뚤어진 자아를 형성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아편을 피우는 사람은 개돼지만도 못하게 산다 하더라도 자기가 자기 목숨을 끊지는 않을 것이었다. 살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미친놈일 따름이었다. 

아편을 피우는 사람은 얼마나 안녕하고 얼마나 안분하며 얼마나 편안한가!

니웨이더는 아편을 피웠다. 이것이야말로 니웨이더가 정을 붙이고 의지할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니우청의 어머니는 이때부터 남편이 피우는 것을 은근히 거들었다. 그녀도 가끔 남편을 따라 한두 모금 빨아보았다. (77-78페이지)

 

평생토록 시골을 떠나본 적이 없는 이 문맹 여성은 신해혁명 이래, 민국 이래 혁명 풍조의 무서움을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또 그녀는 니우청의 몸에 은밀히 숨어 있는 '혁명'의 씨앗에 대해서도 직감했다. 이 '혁명'은 아편보다 천 배나 더 흉험한 것이었다. 아편을 피우다 죽는 것은 개인의 몸을 망치는 것, 개인의 목숨을 읽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혁명'은 조상의 가업과 묘당 종실이 망하는 것이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이고, 영원히 씻지 못할 큰 죄를 짓는 것이었다. (82페이지)

 

니우청의 아내 쟝징이 역시 몰락 지주 가문 출신으로 신식 교육을 받았는데, 그녀의 고통은 가정을 돌보지 않는 니우청에게서 비롯된다.

 

 

봉건적 삶에 철저하게 침식된 쟝징이의 홀어머니 쟝자오씨와 과부 언니 쟝징전이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소학교 2, 3학년인 니핑, 니자오 남매가 있다. 니우청은 두 남매가 점점 봉건주의 풍습에 침식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본인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고통스러워 하였고, 두 남매를 봉건적 풍습에서 부터 벗어나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아이의 눈빛은 더욱더 불안해지고 멍청해졌다. 그 눈빛에 깜짝 놀라 니우청은 거의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병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 눈빛에서 그는 멍관둔-타오촌의 흰 꽃이 핀 소금땅과 헐벗은 생존, 발로 양똥 덩어리를 비비는 쾌락, 아편 연기, 똥을 다 누고 엉덩이를 썩썩 부비던 토담을 보았던 것이다. 조상 대대의 중국 사람을, 지주를 만난 소작인과 관리를 만난 지주를, 참수당한 죄인과 불알이 잘린 내시를, 영원히 펴지지 않는 허리와 영원히 닫히지 않는 입을, 그는 그 눈빛에서 본 것 같았다. 그를 제일 섬뜩하게 한 것은, 니자오의 눈빛으로부터 징이를 보고, 아편을 피던 소년 시절의 자신을 본 것이었다. 이제까지 그는 모든 희망을 다음 세대에 걸어왔는데, 다음 세대도 벌써 그들 세대와 그 위로 몇 세대의 짐을 계승했다는 말인가? 그는 '낙관주의'의 희망은 대체 어디에 걸어야 하는가? (169페이지)

 

 

너희는 살아야 한다! 너희는 현대인이 되어야 한다! 너희는 진정한 인생을 누려야 한다! 내 말을 들어라, 내 말을 들어! 왜 스스로 자기를 짓밟고 스스로 자기를 손바닥에다 뭉개는 거지?

(중략)

왜 걸으면서 허리를 구부리고 팔자걸음을 하고, 사람을 만나 인사할 때 목을 앞으로 내미는 거지? 왜 웃을 때 그렇게 많은 이를 드러내고, 다 웃고선 즉시 입을 다물지 않는 거지? 왜 돈을 줘도 목욕탕에 목욕하러 가지 않는 거지? 

(중략)

아! 내 너희한테 요구한다, 너희한테 요구해, 사는 모양을 바꿔라, 사는 모양을 바꿔, 모양을 안 바꾸면 죽느니만 못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인가! (355-356페이지)

 

소설은 니자오의 시선에서 아버지 니우청을 바라보는 것으로 전개된다.

 

1942년 가을 어느 날, 니우청은 사흘간 집에 들어오지 않고 봉급을 다 쓰고 돌아와 집안 세 여자와 한바탕 '악전'이 벌어진다. 쫓겨난 니우청은 폭음을 하고 한밤중에 비를 맞아 폐렴에 걸리게 되고, 몇 달간 집에서 요양을 하던 중 쟝징이가 임신을 한다.

쟝징이의 임신에 충격을 받은 니우청은 이혼을 결심하고 은밀히 변호사를 찾아 상담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쟝징이는 친지들을 초대한 회식 자리에서 니우청을 공개 비판한다.

그날 밤 니우청은 나무에 목을 매지만 기적적으로 되살아나고,  혼자 베이징을 떠난다.

 

<작품 감상>

작중 인물 니자오가 바로 작가 왕멍이다. 니자오는 반성되고 서술되는 자아라면 왕멍은 반성하고 서술하는 자아라 할 수 있다. 

1980년 니우청의 아들 니자오가 40대가 되어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제목의 <변신인형>이 의미하는 바는 주인공의 단순한 육체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체제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변화의 과정을 상징한다.

전통에 염증을 느끼는 대학강사 니우청과 봉건적 삶에 익숙한 아내 쟝징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니우청과 쟝징이가 점점 미움을 키워가는 과정은 오랜 시간 드리워져 있던 봉건 사회의 그늘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파괴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 니우청은 몰락한 지주 가정 출신으로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서 기생하며 가족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간다. 니우청은 결국 그렇게 아무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다른 사람을- 누군가를 자기의 죽음으로 인해 진정 가슴 아프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아마 니우청이 일생 중에 실제로 한 유일한 좋은 일일 것이다. (450페이지)

 

작품이 그리는 것은 인물의 부정적인 모습 자체가 아니라 봉건적인 것이 어떻게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가. 여기서 파괴되는 인간들은 자신도 그 파괴 행위의 한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다. 그리고 그 묘사는 한 가족으로부터 사회 전체로, 식민지 반봉건 사회로부터 여전히 봉건성에 침윤되어 있는 사회주의 중국의 사회로, 더 나아가서는 신시기까지 포함하는 20세기 중국 역사 전체로까지 확대된다.

 

오늘의 중국은 새로움을 배태하고 있고, 고투하고 있고, 변화하고 있고, 기사회생하고 있어요. 중국 문명은 이미 4, 5천 년 되었죠. 이것은 지금도 살아 있고, 완전하게 보존되어 왔고,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는 문명이라고 스푸강 박사가 제게 말하더군요. 물론 바로 그렇게 때문에, 거기에는 오물도 쌓여 있고, 많은 더러운 것들이 .......  (100페이지)

 

이 작품은 중국 봉건적 문화와 서구 문명 간의 충돌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중국인들이 신해혁명, 국공합잡, 문화 혁명기 등의 시대적 격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니우청은 진보적 낙관주의에 빠져사는 인물이다. 70살에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인생의 봄은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을 정도로 이상은 높지만 그 이상을 실천시킬 정도의 능력과 용기를 갖고 있지 않다.

 

왜 그는 이런 세월을 이런 곳에서 살면서, 항일을 못할 뿐아니라 친일도 못하면서, 이혼을 못할 뿐 아니라 그렇다고 징이가 원하는 것처럼 마음을 잡고 징이와 살려고도 않으면서,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모든 중국 시골 사람들의 나쁜 풍속을 벗어나지 못할뿐 아니라 그렇다고 기꺼이 진짜 중국 사람이 되지도 못하는 것인가? (107페이지)

 

 

 

니우청도 비분강개했다. 아큐정전이라는 소설에서 지위가 제일 낮은 사람은 계집 중이야.

(중략)

그런데 나는 말이다, 지금의 내 지위는 계집 중만도 못해. 나는 계집 중 다음이야.  샤오디와 왕털보에게 지고 자오 나으리를 보면 벌벌 떠는 아큐들이 내 머리는 제멋대로 만지거든. 

(중략)

내 주위에 자질도 없고 실력도 없고 혁명적 진실성도 없는 아큐들, 그들이 내 머리는 만져도 된다고 본단 말이야.  (460페이지)

 

 

작가 왕멍이 말하길

 

"이상은 현실을 개조하지만, 이상은 반드시 현실의 노력을 통해 현실을 개조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실도 이상을 개조한다. 이 과정은 비록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반성과 성찰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주인공 니우청은 현실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채 이상만 바라봤다. 왕멍은 우리에게 변화를 인식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지키라고 합니다.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방향과 정도는 우리의 선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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