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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의 노래』 리뷰입니다.
김훈 작가님 소설은 마냥 쉽지만은 않아요.
고등학생 필독서라 읽어봤는데, 단숨에 읽어내려져 가는 소설은 아닙니다.
인간 내면, 심리 묘사를 아주 어려운 문체로 표현하세요. 하지만 읽고 있으면 묵직한 무언가가 다가옵니다.
칼의 노래는 인간 이순신이 권력의 배신 앞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켜야하는.
죽음이 두렵지만 그 죽음 앞에 초연해야하는.
여러 복잡한 심경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김훈의 『칼의 노래』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이순신이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 붙는 영웅의 빛을 걷어내고, 한 인간이 고통 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순간들을 적막한 문장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전쟁의 비명보다 더 크게 울리는 건 침묵이다.
이순신 장군의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자기 질문,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지켜야 할 ‘의무’라는 무거운 무게.
이 작품은 영웅을 찬양하는 소리가 아니라,
버티는 마음이 어떤 고독 속에서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 절망 속에서 지켜낸 하나 — 의지
이순신이 지키려던 것은 ‘국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권력의 배신 속에서도,
죽음이 가까이 와도,
그는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
그 고독한 의지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울림이다.
인상깊은 구절
-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적에게 있을 것이었고,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나에게 있을 것이었다. (26)
-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임금은 강한 신하의 힘으로 다른 강한 신하들을 죽여왔다. (44)
- 나는 다시 붓을 들어 맨 마지막에 한 줄을 더 써 넣었다. 나는 그 한 문장이 임금을 향한, 그리고 이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이기를 바랐다. 그 한 문장에 세상이 베어지기를 바랐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46)
- 나는 다만 적의 적으로서 살아지고 죽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나의 충을 임금의 칼이 닿지 않는 자리에 세우고 싶었다. 적의 적으로서 죽는 내 죽음의 자리에서 내 무와 충이 소멸해주기를 나는 바랐다.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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